ARTICLE IN ENGLISH: LINK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유니버셜뮤직 제공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초 한국인 우승자이자 최정상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23년 2월 3일,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 스케르초’(2021)]에 이은 2년여만의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The Handel Project)를 발표했다. 이는 도이치 그라모폰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이기도 하다. 조성진은 고전을 주로 다루었던 전작들과 달리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 헨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앨범에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권 중에서 조성진이 가장 아끼는 세 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오늘날의 피아노로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하지 않거나 강약을 조절했으며, 동시에 헨델 대위법에 각각 다채로운 색과 무게감을 담고자 노력했다. 조성진이 선택한 세 곡은 ‘모음곡 2번 F 장조 HWV 427’로 시작해서 ‘8번 F 단조 HWV 433’, 마지막 악장 Air and Variations 흥겨운 대장간 (The Harmonious Blacksmith)'로 유명한 ‘5번 E 장조 모음곡 5번 HWV 430’으로 이어진다.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들과 더불어 이번 앨범엔 "가장 완벽한 변주곡"이라고 생각하는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함께 담았다. 1861년에 단 몇 주만에 쓰여진 것이 믿기지 않게 폭넓고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헨델의 모음곡 3번 B 플랫 장조 HWV 434의 아리아(Air)를 바탕으로 한 스물다섯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에는 1733년 출판된 헨델 악보집에 있는 두 개의 악장도 들어있다. ‘B 플랫 장조 사라반드 HWV 440/3’와 빌헬름 켐프 편곡 버전의 ‘미뉴에트 G 단조’로 완결된다.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로 전 세계 투어 일정을 앞둔 조성진은 앨범 발표 당일 베를린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황, 괴르네 콜라보를 포함하면 8번째로 레코딩 데뷔 8년 차이자 6번째 정규 앨범입니다. 그동안 고전과 낭만을 아우르다 이번 처음으로 바로크를 선보이게 되었는데, 바흐가 아닌 헨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흐를 아직 녹음할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했어요. 바흐는 좀 더 지적이고 복잡하다면 헨델 건반은 조금 더 멜로딕한 면이 있죠.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제겐 헨델이 조금 더 접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하면서 '헨델도 만만치 않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릴 때 예술의 전당 영재 아카데미를 다녔는데, 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바흐 평균율 전곡이랑 베토벤 소나타 전곡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었어요. 20대 마무리가 되니까 그 말을 알 거 같아요. 바흐뿐만 아니라 바로크 전반적으로 배우는 데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헨델 준비할 때 태어나서 가장 많은 연습을 했어요. 특히 2월. 투어가 취소되어 한 달간 집에 있게 되어 하루에 7~8시간씩 했던 거 같아요. 헨델 모음곡 중 총 2권(8+9), 1권(3곡)과 1권(2곡 중 1악장씩), 모음곡 1번 빌헬름 켐프 편곡 버전 등)의 작곡 시기가 13년 차인데 이 중 1권 곡들에 집중했어요. 선곡의 의미가 있나요? 앨범 명도 '헨델 프로젝트'인데 30대에는 '브람스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앨범이 그 연결 선상에 있을지. 제가 1번 2번 다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쳐봤어요. 온종일 쳐보고 그중에서 제가 그냥 마음에 와닿는 거를 골랐어요. 근데 왜 마음에 드는가는 참 설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왜 싫다는 오히려 설명하기가 쉬운 것 같은데, 그 반대는 어려워요. 굳이 의미는 없습니다. 2018년에 '30대쯤 브람스 막연히 하고프다'고 했는데, 돌이켜보니 섣불리 말한 거 같아요. 어쩌다 보니 브람스 연주를 할 기회가 있긴 했는데... 앞으로는 '몇 살 때 뭘 한다'는 등 미래 계획 발언은 자제하려고요. 하프시코드와 현대 피아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주력했던 포인트가 있나요? 바로크를 대단하고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1월쯤이었는데 스위스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프시코드는 현대 피아노와 다릅니다.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고, 피아노는 현을 치기 때문이죠. 건반이 있는 거 외에는 다른 악기라고 생각해요. 강약 조절은 현대 피아노가 쉽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프시코드 연주는 제게 까다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현대 피아노 연주가 장점이 많습니다. 표현력이 쉽달까요. 헨델과 바흐가 현대 피아노 연주 버전을 좋아할지, 우린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바로크 음악 해석 폭이 넓다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이는 바로크를 낭만적으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글렌 굴드처럼 할 수도 있고. 이번엔 제 방식대로 해석했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트레버 피녹’ 연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혹시 새로운 곡을 녹음하기 위해 공부할 때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 녹음도 참고하나요? 참고라기보다는 음악 듣는걸 좋아하다 보니, 피녹 전집을 쭉 듣는데 우연히 헨델을 들었어요. 그때 악보를 산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곡을 배우기 시작을 하면 다른 분들의 음반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엔 완성이 되고 투어를 시작하면 좀 듣는 편이긴 한데 배울 때 들으면 너무 그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되어서요. 너무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이 많아서 배울 때는 다른 분들 음반을 듣지는 않습니다. 디지털 공개 등 현시대엔 클래식 음악 듣는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어떤 식으로 음악 감상을 하나요? 음반을 많이 사고, 듣는 편이에요. 비행기 같은 데서 음악 듣는 걸 안 좋아해요. 스포티파이는 계정도 없고, 유튜브는 연주 영상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주변엔 거의 없는데. 전 그냥 스피커가 있기도 하고 환경이 바뀌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LP에서 CD로 넘어갔던 시대에서도 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쇼팽 콩쿠르 우승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 질문일 텐데. 전문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시나요? 1년 전부터 느낀 건데, 매번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의 연주 비결을 묻더라고요. 아무래도 유럽 시장이고, 유럽 음악이기에 동양인 연주자를 떠올리면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 국악을 하면 부자연스럽게 보이듯이. 개인적으로는 유럽 음악가보다 뛰어난 한국 음악가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목을 받는 것이고. 한국인이 왜 이렇게 콩쿠르 많이 나가는지를 묻는데, 이건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콩쿠르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가장 쉬운 등용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도 이런 답변을 기사로 내주지는 않더라고요. 성공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요. 음악과 커리어는 분리해야 한다고는 봐요. 좋은 음악이 좋은 커리어를 가져오는 건 아니니까. 커리어로 말하자면, 많은 걸 해본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사람과 연주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유명세를 떠나서 마음이 맞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3년 차의 팬데믹 시기에도 위축되지 않는 느낌의 연주를 보여주면서 미국과 유럽의 투어도 있고 코로나 시기에도 해외에서 가장 바쁜 연주자 중 한 명인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온라인으로 실황 연주를 하고 집에서만 지냈으니 불안했어요. 생애 처음 겪어보는 사건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 보내면서 좋았습니다. 악보를 많이 사서 이것저것 쳐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어요. 그때 특히 헨델이 와닿았습니다. 회사와 상의해본 건 아니었지만 2020년이었으니 내후년쯤 녹음해볼까 했어요. 올해 1월에는 거의 계속 미국에 있었어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랑 협연했고 리사이트를 시애틀이랑 LA에서 하고 돌아왔습니다. 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공연했고요. 팬데믹 전 같이 되게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2021년 가을부터는 팬데믹 전이랑 비슷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초반에는 한 1년 정도 쉬었다고 적응이 잘 안 됐어요. 요즘에는 그래도 옛날같이 바쁜 게 저는 좋은 것 같아요. 뭔가 살아있는 느낌도 들고 제겐 동기부여가 되는 일도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서요. 오랜 시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슬럼프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방법. 이번처럼 베르크 소나타나 헨델처럼 의외의 선택도 하는데 레퍼토리를 넓혀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어떤가요? 일단 레퍼토리가 워낙에 많다 보니 그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다 해보면 되는 거니까요. 고민이 있다면 시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투어하면서 곡을 익혀야 하니까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최대한 연주를 많이 연습하려 해요. 하루에 30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파리에서 슬럼프라기보단 집중이 안 됐던 시기가 있었어요. 쇼팽 곡을 하기 전인데 그땐 스스로 동영상을 찍어서 연주의 잘못된 걸 찾으려 했습니다. 많은 사람의 조언을 따라서 했는데, 몇 년 전부터 그만두었어요. 어느 순간 ‘아, 이게 잘못됐다’는 것도 주관일 수 있겠더라고요. 이렇게 하는 게 뭔가 살아있는 연주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예전에는 피아니스트 삶이 이리 바쁠지 몰랐어요. 투어하면서 여행도 다니고 열심히 다니다 보니 바쁜 게 좋더라고요. '내가 쓸모가 있구나' 싶고. 제 성격인 거 같아요. 레퍼토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바쁜 걸 좋아해서, 계속 찾으며 희열을 느낍니다. 헨델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반 대중이 피아노 연주곡으로 듣기 위해 즐겨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조성진'으로 인해 헨델에 대한 관심도 벌써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영향력을 가진 음악가로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어릴 때 콩쿠르 나갈 때는 기교가 화려한 걸 많이 한 경향이 있어요. 헨델 같은 작품을 공부한다면 얻는 게 있다고 봐요. 너무 화려한 레퍼토리를 추구하는 거랑 같이해서. '헨델 프로젝트'는 그냥 할 때가 돼서 직감적으로 바로크 음악을 한 것 같아요.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피아니스트는 그냥 좋아서 하는 겁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없어요. 없었으면 좋겠고. 관객에게 좋은 음악, 위대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작년 미국 연주 일정 중 트렁크를 분실해 캐주얼한 복장으로 연주해 화제가 됐었는데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요? 제가 베를린에서 아마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샌프란시스코를 갔는데 직항이 없어서 파리에서 경유했어요. 근데 베를린에서 파리 가는 비행기가 좀 연착이 됐습니다. 짐이 파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못 왔는데 제가 그때 일정이 되게 바빴어요. 그냥 짐을 대만으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미국에서 물론 첫 번째 연주는 어쩔 수 없이 운동하고 있었던 추리닝입고 연주를 입고 했습니다. 다음 날 연주는 또 어떤 분한테 양복을 빌려서 입고. 보스턴에서는 제 친구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연주복을 빌려서 입고. 그러면서 신세를 많이 진 미국 투어였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연주를 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어요. 작년 카네기 홀에서 협연인데요. 그때 전쟁이 나서 러시아 피나이스트의 대타로 나가게 된 거예요. 밤새 연습을 하고 도착을 해서 코로나 검사를 했어야 했어요. '양성 나오면 어쩌지'하는 긴장된 순간이었죠. 공연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나요. 긴장이 너무 돼서. 끝나자마자 지휘자 야닉이랑 포옹을 했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어요. 앞선 답변 중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만약 하루가 30시간이라면 하루를 어떻게 쓰고 싶나요? 서른을 맞이했는데 심경변화를 느끼는 게 있는지. 어디서 행복을 찾는지도 궁금합니다. 하루가 30시간이라면 연습과 휴식 모두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차 적응도 빨리 될 것 같고. 한국을 간다면, 하루를 더 벌 것 같아요. 김광석을 좋아해서, 서른에 대한 무게가 클 것 같았는데 몇 달 전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행복에 대해선 매일매일 생각해요.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행복을 추구하다 보니 행복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한데. 투어 마치고 집에 와서 쉴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사람 만나는 걸 막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집에 와서 새로운 악보 사서 배우는 게 행복해요.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도 좋고. 음악은 클래식 음악만 들어요. 가끔 지인이 케이팝 들려주면 듣긴 하는데, 그래도 많은 그룹을 모르는 편이에요. 시간이 나면 클래식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비행기에서는 음악을 안 듣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더 글로리'를 재밌게 봤습니다. '좋아서 음악가로 산다'고 했지만 청중이 없으면 연주를 할 수 없는데. BTS가 인터뷰할 때마다 '너무 큰 성공을 거두니 어떻게 안정적으로 추락할까'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토로한 적이 있는데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제가 BTS 급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하는 게 거만한 것 같아요. 예전엔 '한 도시에 1천 명, 2천 명 정도의 관객이 있으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요. 저는 추락이 아니라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올라가면 올라갈까,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 이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3월에 이어 7월에 한국에서 2년 만의 리사이틀 투어가 예정 되어 있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3월과 7월 서울에서 2번. 서울 외 도시에서 3번. 리사이틀을 총 5번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헨델이랑 구바이돌리나라는 러시아 작품과 샤콘느, 헨델 바리에이션을 연주합니다.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는 들었을 때 바로 그 음악이 아니지만 바로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고 변주곡 형태도 띠고 있어서 헨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2부에는 브람스 피아노 소품 중 몇 개. 76번 중 몇 개랑 슈만 심포닉 에튜드를 연중 할 건데요. 이 프로그램은 주제가 바로크와 변주곡의 두 개가 주제인 것 같아요. 두 번째 프로그램은 라벨 '거울'이라는 작품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1부는 '브람스와 라벨'. 2부는 '슈만 심포닉 에튜드'를 연주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서울와이어 '글렌다박의 블루오션'에 동시게재 됩니다.
사진제공=유니버셜뮤직 인터뷰: Avec 'G' 글렌다박 수석기자, 유니버셜뮤직 <ⓒ “Avec G”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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