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이에 무용과 공연예술계에 각각 입문하여, 지난 3일 폐막한 제3회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된 성승정 감독.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댄스필름계의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함께 댄스필름, 그리고 무용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열정에 대해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다. * 2019년 11월, artist GYU x 선인장베게 - 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 <Forever never> 공연 당시 (갤러리 '빈칸') [출생] 1992년 4월 27일 [학력] ▶ 대전 삼천중 졸업 ▶ 대전 충남고 졸업 ▶ 서울대 사범대학 사회교육학/미술대학 영상매체예술 복수전공 학사 졸업 ▶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석사과정 수석입학 및 재학 중 [경력] ▶ 2011~2018 서울대 중앙 재즈댄스 동아리 ‘몰핀’ 안무가 ▶ 2017~ 댄스필름&퍼포먼스팀 ‘선인장베게’(cactuspillow) 비디오그래퍼 ▶ 2017년 12월 ‘선인장베게’ 첫 필름 <집 떠난 빛-눕고 싶은 어둠> 업로드, 이후 <Glass You>, <이런 저런>, <박효신-숨 댄스커버> 등 발표 ▶ 2018년 7월 ‘선인장베게’ 공식 데뷔: Cactuspillow x Osisun-아트스페이스 ‘Osisun’ 개막공연 ‘오지선다’ 안무 (전석매진) ▶ 2018년 12월 ‘선인장베개’ 독자적 몸언어 <댄스어> 제작 - 서울대학교 영상매체예술 졸업전시에서 <초급 댄스어1> 발표 ▶ 2018년 10월~2019년 6월 <99>, <자우림-샤이닝 댄스커버>, <창 · 살>, <이합의 춤> 등 댄스필름 ▶ 2019년 8월 댄스필름 <왱> 제작 ▶ 2019년 10월 무용가 김백봉 아카이브전 ‘2019 춤의 얼굴’ 영상감독 ▶ 2019년 11월 artist GYU x 선인장베개-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 <Forever never>(갤러리 ‘빈칸’) ▶ 2019년 11월~12월 전시 ‘타임리얼리티’ 中 팀 ‘프로젝트 밴드스텝’ <다른 악보> 참여(코리아나 미술관) ▶ 2020년 2월 <초급 댄스어2> 공연 예정(Osisun x 지하극장) [수상] ▶ 2019 선인장베게 댄스필름 ‘왱’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 공식 질문) 자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영상매체예술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성승정 입니다. 저는 댄스크루 ‘선인장베개’에서 댄스필름과 무용공연, 퍼포먼스를 포함해 여러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선인장베개’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거나, 댄스필름을 제작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의 여러 예술가와 함께 협업도 하고 있습니다. 부안 적벽강에서 촬영 당시 (2019년 11월) 점점 주목을 받는 분야이지만 ‘댄스필름’은 아직 생소합니다. 어떤 계기로 ‘댄스필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댄스필름은 말 그대로 댄스와 필름을 결합한 것으로, 어떤 형태로든 무용을 담은 영상물을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좁게는 하나의 공연물처럼 무용만을 콘텐츠로 하는 경우(예: 스크린 댄스)를, 넓게는 음성과 인터뷰를 가미하여 댄서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 등 춤이 소재로 등장하는 일체의 영상물 모두를 지칭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통일된 용어로 정의되어 자리 잡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Dance film’이나 ‘Screen dance’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영상물이 제작 및 상영되고 있습니다. 결합이 되는 것이 댄스와 필름이다 보니, 무용에서 오는 독자적인 요소, 그리고 영화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법들이 모여 독자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가진 장르이기도 합니다. 특히 피사체가 되는 인물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 이인무나 군무 등에서는 대형이 있다는 점에서부터 일반 영화와는 또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취미로 시작했던 무용이 점차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영상이라는 매체에 몰입하게 된 것도 공연 일부에 사용될 요소로서 시작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학부 때는 무용 따로, 영상 따로, 공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댄스커버 (안무: 성승정) 무용은 철저히 공연예술로서만, 영상은 미술적인 맥락에서만 배웠습니다만, 미대에서 배우는 영상을 공부하면서, ‘가장 나다운 것’, ‘내가 주로 하는 것’들을 접목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춤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술대학에서 학기 말마다 제출하는 제 작업물들은 ‘댄스필름’이 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춤 동아리 친구들과 프로젝트처럼 몇 가지 필름들을 시도하고, 미술대학에서 기말 전시에도 댄스필름을 제출하면서 저의 주력 장르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선인장베개가 제작한 몸 언어 '댄스어'에 관한 전시. 댄스어와 관련해서는 내년 2월 오시선에서의 공연/전시를 비롯해 많은 차기작들이 예정되어 있다. 댄스필름의 매력은 ‘댄스로부터 출발하느냐’ 아니면 ‘필름에서부터 출발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댄스로부터 출발한다면 공연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생생함을 영상으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도 누리게 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필름에서 출발한다면 색다른 촬영과 편집의 기법, 독자적인 화면구성을 요구한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작업을 거듭하면서 영상이라는 매체에서만 시도될 수 있는, ‘춤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찾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춤과 영상이 ‘물리적으로만 결합하는 것이 아닌,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느껴지는 지점들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물들은 ‘선인장베개’ 유튜브 채널에서 대부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무용영화제 수상작도 메인에 올라와 있으며 그간의 다양한 작업물들이 아카이빙 돼 있습니다. 댄스필름은 국내에서는 아직 다소 협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무용이라는 장르도 협소한데 거기다가 영화까지 결합했으니까요. 개인적인 체감상 무용계와 영화계의 교집합 미만의 언저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예술가들이 댄스필름을 제작하고 있으며, 특히 음악가들에 의해 뮤직비디오 등의 형태로 아주 많이 향유되고 있습니다. 무용단의 공연 홍보영상 등은 말할 것도 없지요. 심지어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현대무용 영상이 유통되기도 합니다. 반면, 국내의 댄스필름 시장은 갈 길이 멉니다. 그나마 무용인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퍼지고는 있지만,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언급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돌파구를 찾자면 역시 뮤직비디오의 형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현재 국내 대중들에게 댄스필름의 형식과 ‘비슷하다’라고 느낄 만한 것은 K-pop 뮤직비디오일 것입니다. 그나마 ‘춤’과 ‘영상’과 양식이 가장 두드러지는, 현재로선 가장 흔한 형태의 작업물이기 때문이죠. 다만, 국내에는 ‘무용’과 ‘댄스’가 분리되어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제가 계속해서 ‘댄스필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이유는, 공연예술의 현장성과 영상의 미장센 두 가지를 모두 쟁취할 수 있다(물론 이 지점에서도 큰 노력과 도전이 있어야겠지만)는 가능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용’과 ‘영상’ 이 두 가지 산업이 각각 지닌 가능성 때문도 있습니다. 공연장 바깥의 관객에게도 무용을 접할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댄스필름이 지닌 무용의 대중화 측면에서의 기능일 수 있겠고요, 영상 산업은 현시대에 책보다 더 흔히 읽히는 매체가 되었기 때문에, 매체 특성으로만 봤을 때는 오히려 ‘모두가 배워야 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에 대해 전망하기를, 무용이야말로 꽤 미래지향적인 영역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노동이 소멸하고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을 미래에, 결국 시대의 철학이 다시 몸에서 전파될 수 있는 예술에 집중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분명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주목할 것이고, 단련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동작에는 더 큰 인간적 가치를 부여하겠지요. 가까운 시일 내로 댄서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안방에서, 대중교통에서 TV로, 이동통신으로 흔하게 유통되고 소비될 것을 전망합니다. 영하 11도에서 '선인장베개' <집 떠난 빛-눕고 싶은 어둠> 스케치 촬영 中 (2017년 12월) 지난 11월 3일 막을 내린 제3회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수상작 댄스필름 ‘왱(zzz)’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 작품의 기획은 작년 어느 여름날 방 안에서 우연히 친구와 모기를 잡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모기를 잡기 위해 손바닥으로 ‘짝짝’ 소리를 내는 것, ‘엉거주춤’ 자세를 잡는 것들 모두 무용 동작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영감이 떠올랐어요. 제목은 처음부터 ‘왱’이었는데, 모기가 날아다니는 소리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첫 화면의 갸우뚱한 무용수의 얼굴도 당장 ‘왱?’이라 말할 것 같은 것이 바로 머리에 스치고 지나갔어요. 상영 시간은 6분 37초이고 다섯 명의 무용수가 차례로 주연을 맡으면서 진행됩니다. 스스로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가장 즐기는 작업 방식은 무용수 개인의 개성을 담아내는 것인데, 개인에게 어떤 역할이 어울릴지 맞히는 것입니다. 무용수의 특기를 알아보고,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 역시 저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모기를 잡는 동작을 안무로 해석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개성의 반영’을 중시했고, 같은 맥락에서 주제의 확장성을 크게 염두에 두었습니다. 현실에서 똑같이 모기를 잡는다 해도 어떤 이는 쉽게 잡지만, 어떤 이는 온 방 안을 헤매기도 하지요. 또 누군가는 ‘만날 자기만 물린다’라고 억울해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사람마다 모기에 관한 다른 대처와 사고방식을 보이는데, 이것이 제가 찾은 ‘군상’이었고, 이런 각각의 개성을 여기서 모았습니다. 또한, 중첩된 목표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하여, 나중에는 별안간 뒤엉켜 다투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지요. 여기서도 누군가는 경쟁에 몰입하고, 누군가는 이를 즐기며, 또 다른 누군가는 현 상황에서 이탈하고자 한다는 것에 대해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왱’의 후반부에는 사람들이 더는 모기에는 관심이 없고 경쟁 상황 자체에 몰입하는데, 누군가가 경쟁에서 빠져나감으로 분위기는 싸늘해지죠. 이는 상황 자체에 과몰입하던 사람들이 일탈한 사람을 제2의 목표로 삼는 순간을 표현합니다. 정작, ‘경쟁의 종식은 아무도 예상 못 한 누군가가 맺을 수 있다’라는 ‘현실 인식’에서, 가장 늦게 참여하고, 그저 즐기던 사람이 화면의 가장 바깥쪽에서 모기를 잡아버림으로써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반전을 주었습니다. 군무의 경우, 3가지 패턴의 움직임의 순서를 다섯 명이 세 개의 패턴 순서에 맞추어, 그 경우의 수(3!)는 여섯 가지이기에 반드시 두 명 혹은 세 명이 동시에 같은 패턴으로 군무를 맞추게 됩니다. 각각의 패턴에도 귓가의 모기를 쫓는 동작, 모기향을 뿌리고 떨어진 모기를 밟는 동작 등이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댄스필름 ‘왱’은 무엇보다도 이를 잘 소화하고 표현해준 무용수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러한 무용수 각자의 개성을 발현과 모기에게서의 주제 확장이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 감독상의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3회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수상작 댄스필름 ‘왱(zzz)’ 함께 활발하게 활동 중인 댄스크루 ‘선인장베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선인장베개’는 서울대 재학 시절 활동했던 재즈댄스 동아리 ‘몰핀’에서 제가 진행했던 작업이었던 공연물, 영상물 등에 전문성을 함양하고자 제가 직접 만든 크루입니다. 한 마디로 ‘더 제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이 컸죠. 처음에는 서울대 교내 무용부 학생과 함께 댄스필름을 찍어서 올리면서 채널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다른 여러 실력 있는 무용수들을 영입했습니다. 크루가 만들어져가던 초기엔 모르는 사람에게 함께 작업하자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나름의 작업물들도 생기고 그렇게 자신감도 붙어, 지금은 꽤 많은 인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성원 중 디자이너와 작곡가, 미술가도 있어 대부분의 작업물이 위탁이나 외부 용역 없이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댄스필름 작업을 계속하면서 감사하게도 공연의 기회도 꾸준히 가질 수 있었고, 창단 연차에 비하면 많은 경험을 축적한 단체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단체의 대표이자 안무가,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선인장베개’는 구성원 모두 지위를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안무자로 활약할 수 있는 단체 입니다. 여러 명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사람들이 모여 ‘인력 풀’을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구성원 대부분이 다른 분야나 소속된 단체에서 활동 중인 경우가 많기에,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모였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느슨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외부적으로 ‘선인장베게’는 영상뿐 아니라, 무용공연, 퍼포먼스를 포함해 다른 예술가와 협업도 자주 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그 사이에서도 공연이나 영상물 제작 건이 있을 때마다 뜻을 모아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이유는, 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언제든 무대를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 제가 ‘선인장베개’를 유지하는 가장 큰 목적이고,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을 때 서로의 보람과 유대를 확인할 때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상 'TRAIN' 출연 캡쳐 (2017년 8월) 많은 공연 중 특히 오시선에서의 공연이 눈에 띕니다. ‘선인장베게’와 함께 작년에 이어 내년에도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신데요.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무용공연은 해외에서 많이 보아온 사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도된 적이 드문 것 같습니다. 미술과 무용의 만남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국내에서도 무용이 대안공간을 찾아 공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다원 예술에 대한 작가들의 욕구, 그리고 관객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영향이 크겠지요. 미술관 등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무용을 펼친다는 것에, 무용인으로서는 ‘더 다양한 계층과 관심사를 가진 관객들을 내가 직접 밖에 나가서 만나겠다’라는 의지의 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극장 공연의 관객층은 주로 무용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미술관 등의 다른 공간은 비교적 더 넓은 일반 관객층을 지녔고, 미술 관계자들도 많지요. 약간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극장을 벗어나기 위해 흔히 말하는 ‘장소 특성형 공연’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해당 장소만이 지닌 특성이나 공간의 맥락, 역사를 작품의 일부로 흡수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선인장베개’의 첫 공연이었던 <오지선다>도 미술관 공연이기도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장소 특성형 공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지선다> 티저 캡쳐 (2018년 7월) <오지선다> 평면 티저 영상 캡쳐 (2018년 7월) 미술관에서의 무용은 우선 감상의 태도를 바꾸어 놓습니다. 극장은 무용수가 환상적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면, 미술관은 무용수에게 작품으로서의 기품을 줍니다. 극장에서 무용수는 출연자이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재하지만, 미술관에서의 무용수는 ‘오브제’에 가깝지요. 쉽게 말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작품’으로 읽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워낙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기에, 두 성격이 뒤섞여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도 현대 예술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다만, 관객으로서는 ‘미술관에서 여러 작품을 둘러보듯’ 무용수를 대하는 것과, ‘극장에서 앉은 채 시선을 고정 당해’ 무용수를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때때로는, ‘무용이라는 장르를 미술관에 옮겨 놓는다’라는 개념이 그다지 유기적으로 와닿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무용인이 전시실에서 극장에서처럼 공연하는 때도 꽤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술관과 극장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극장에는 극장의 역사가 있었듯, 미술관에도 미술관에서 나온 맥락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었던 티노 세갈의 <키스>(2010)라는 작업의 예를 들자면, 두 남녀가 바닥을 뒹굴며 서로 애무하고, 키스하는 작품인데, 특이한 점은 관객이 가까이 가면 ‘티노 세갈’, ‘키스’, ‘2010’ 등의 단어를 말하면서 작품의 정보를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극장에서 무용수가 할 수 있을 법한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작가는 분명히 ‘미술사’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오브제성과 형상성을 배제하고자 한 것이고, 그로 인해 배우나 무용수의 순간적인 행위와 경험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지요. 이 지점에서 무용과의 접점이 생길지언정,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그 순간성을 ‘전시’하고자 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안무가인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가 지난 2018년 4월, 국립 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찾아왔었습니다.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페이즈>를 선보였는데 이는 미술관에서 ‘전시’가 아닌 ‘공연’에 가깝습니다. 미술관이 극장의 역할을 했고, 미술관으로서는 그녀의 안무가 지닌 미술적인 가치를 알아본 것이지요. 아마도 이 같은 그림을 상상하고 많은 무용수가 갤러리를 찾아가는 것이겠지만, 안느 테레사의 경우, 수학적인 본인의 춤과 동선을 흰 모래 위에 그림으로써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본인의 공연이 전시적인 성격도 지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다른 장르의 예술이 다른 장소에 가서도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미술관에서 펼쳐진 공연을 모범사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지선다> 공연 (2018년 7월) 처음 ‘선인장베게’가 오시선(Osisun – 이하 오시선)에서 공연하게 된 것은 철저히 박재영 작가님의 배려 덕분입니다. 현대미술 작가로서 이미 왕성하게 활동 중이셨던 분인데 서울대 재학 당시 박재영 작가님의 수업을 수강했었습니다. 수업마다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면서 차기 작업을 논의하는데, 제 포트폴리오는 수많은 작업 중에도 혼자 춤을 추며 작업을 하니 신선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박재영 작가님 역시 작가이면서도 기획자의 역할도 즐기시는지라, 본인이 큐레이터로 있는 예술 공간을 열고자 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오시선이었고, 오프닝 기념으로 퍼포먼스가 어떻겠냐며 제게 먼저 공연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저로선 큰 영광이었지요. 그래서 오시선이라는 공간의 시작과 동시에 ‘선인장베개’의 본격적인 공식 활동이 시작된 셈입니다. 오시선이라는 공간은 특별합니다. 평소에는 박재영 작가님 본인이 운영하시는 ‘Downleit’이라는 디자인회사의 공간으로 운영되다가, 다른 작가의 전시나 퍼포먼스가 있을 때는 작업공간이 벽 안으로 들어가면서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온 벽과 천장이 흰색인 화이트 큐브가 되면서 전시하기 적합한 공간으로 변신하지요. 이미 저명한 여러 작가분의 전시 공간이었던 오시선이 더 특별한 이유는, 저처럼 가능성은 보이지만 갓 학부를 졸업한 어린 작가들에게도 전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학부 졸업전시 이후 곧바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드물지요. 박재영 작가님은 매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졸업전시를 둘러보시고 작가로서 가능성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 듯 합니다. 오시선에서 펼쳤던 ‘선인장베개’의 첫 공연 ‘오지선다’는 다섯 명의 무용수가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있는 동작들을 만들어 각각 다른 공간과 시간에 배치하면서, 재조합과 해체를 통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발산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설명이 다소 어렵지만, 다섯 가지의 선택지로 주어졌던 주제가 점차 뒤섞이고, 확장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객관식처럼 주어졌던 인생의 보기가 사실은 수많은 갈림길이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으며, 각각의 공간도 그 당시에 다섯여 군데가 있었으므로, 각 동작을 다른 공간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경우의 수로 벌어졌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도 이루어졌는데, 웹에서 공연을 감상하게끔 한다는 확장의 측면을 염두에 뒀지만, 공연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뒤쪽 공간을 관객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끔 한 의도도 있습니다. 또한, 장소가 골목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지나가는 행인인 것처럼 연기하기도 하고, 실제 행인들이나 오토바이, 자동차도 공연의 일부로 흡수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마무리는 무용수들 모두가 골목에 나타난 차를 타고 사라지는 것이었는데, 무용수가 아닌 사람들이 공연 일부가 되기도, 무용수가 공연의 바깥으로 빠져나가기도 하는 속임수를 썼고, 대부분 재미있게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오지선다>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2018년 7월) 처음엔 어쩌면 관객으로서는 다소 난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관객분들이 생각보다 아주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감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별 안무가 지닌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각 공간에서 펼쳐졌던 상황에 대해 관객분들 모두 나름의 해석을 하셨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관객 자리해주셨었는데, 아무래도 박재영 작가님의 공간 오프닝이었던 것만큼, 작가님의 명성을 통해 찾아오신 관객도 많았겠지만, 그 간의 활동들을 토대로 ‘선인장베개’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관객들도 많이 와주셔서, 이틀간의 공연이 다 만석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첫 공연의 평이 좋은 편이었기도 하고, 작업 방식도 서로 맞는 느낌이었기에, 박재영 작가님과 저는 첫 공연 후에도 종종 함께 작업했었습니다. 그렇게 ‘선인장베게’의 첫 공식 데뷔 이후, 한동안은 필름 제작에 집중하다가, 올해 상수역 부근에 있는 ‘빈칸’이라는 갤러리에서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석사과정 중이신 이규석 작가님과 협업하여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하였습니다. ‘선인장베개’와 듀엣으로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인간의 집착’에 관한 주제로 페인팅과 안무가 결합한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올해 연말까지는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타임 리얼리티’라는 전시에서 ‘프로젝트 밴드스텝’이라는 팀으로 ‘선인장베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나 최근 홍콩의 민주화운동에서 보이는 ‘언론 보도-실제의 불일치 현상’을 모티브로 한 퍼포먼스입니다. 미술가와 음악가, 무용가들이 한데 모여 전파 방해를 하는, 규모 있는 다원 예술입니다. 오는 12월 14일 오후 5시에도 한차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 2020년 2월엔 다시 오시선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년 공연은 학부 당시 졸업 전시회에서 만들었던 ‘댄스어’를 공연의 형태로 처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작년 공연 당시엔 아무래도 학부 졸업 이전이었고, 무용 전공이 아닌 상태였지만, 지금은 저 자신의 위치나 실력이 발전하였다고 믿기에, 자신 있고, 기대도 큽니다. 안무 역시 좀 더 완성도 있고, 구성도 더 짜임새가 탄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댄스필름 '왱(zzz)' 촬영현장 (2019년 7월) 이번 무용제의 작품인 ‘왱(zzz)’를 비롯한 많은 작품의 안무를 맡으셨습니다. 안무 역시 창작인 만큼 고민도 많고, 고통도 많을 것 같은데, 한 작품의 안무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영감을 얻는 과정은 주로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양에서 받을 수 있고,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빙하가 쩍 갈라지는 것을 보고도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악기 소리나 가사로부터 상상력을 발휘해볼 수도 있고요. 주로 걷거나, 샤워하는 동안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인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산책을 하거나, 고민할 주제를 정해놓고 샤워를 하기도 합니다. 특히 풀리지 않는 문제나 진행 중인 작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에는 해당 주제를 골몰히 생각하면서 걷다 보면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혼자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을 하다 보면 무대 위의 어떤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동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르기도 합니다. 안무는 머릿속으로 먼저 떠오른 부분을 제외하고는 직접 계속 움직여보아야 합니다. 아마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부분이겠지만 생각만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 지점들이 훨씬 많은 것이 무용의 특징입니다. 일단 무용복으로 갈아입고 연습실의 공간을 누비면서 움직이다 보면 좋은 동작이 떠오를 때도 있고, 우연히 즉흥적으로 움직이던 도중 마음에 드는 동작이 나올 때도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독무 이상의 군무를 만드는 것은 무조건 서로 움직이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움직이기 전, 작품 창작이 시작되는 처음 순간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은 아무래도 어떤 이미지나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군무라고 해도 ‘서로가 하나의 뒤엉킨 실타래 같아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시작지점이 필요하니까요. 이번 필름 ‘왱’의 경우에도 도입부 장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은 처음 순간에 떠올랐던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이후에는 주제를 ‘모기 잡기’로 상정한 만큼 우리가 모기를 잡기 위해 하는 일상적인 동작들을 되짚어보고 직접 움직이면서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동작을 만들어내죠. 저는 주로 일상적인 몸짓이나 non-verbal language 등을 안무로 발전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작품의 창작 기간은 작품의 길이나 밀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번의 프로젝트 당 1~2개월이 걸리고, 평균 주2~3회, 매번 3시간의 연습을 합니다. 연습을 집중력 다해 진행하면, 15분의 공연을 만드는 데에 4~5시간씩 9~10회의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과 탄탄한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 구성원 모집이나 연습 일정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안무가로서 준비되지 않은 채로 무용수와의 연습을 잡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이디어 구상 기간이나 동작을 짜는 것까지 합치면 한 달 정도 더 소요되지요. 프로젝트당 대략 두 달에서 석 달 정도가 소요된 것 같은데, 앞으로 30여 분이나 50여 분을 넘는 단독공연을 하게 된다면 더 자주, 길게 연습을 하게 되겠네요. 비록 제가 아직 해보아야 할 경험도 많고 젊은 편이지만, 안무를 위해, 그리고 창작을 하고자 하는 분들께 조언을 드린다면 이것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대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 누구보다 더 예민하고, 날카롭게 일상생활에 임하지 않으면, 작품도 예리하지 못하고, 평범하기 마련입니다. 길 가다가 떨어진 낙엽을 보더라도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보도록 노력해보세요.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서도 변화를 느껴보세요. 핵심은 언제나 ‘관찰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 7월, 오시선에서 개최된 '선인장베게'의 <오지선다> 공연 영상 공식 질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공식적으로 우선은 ‘선인장베개’를 극장에 많이 올려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화랑이나 미술관을 전전한다 해도 무용이라는 장르가 결국은 극장에서 잘해야 정말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에 내년 목표는 공연 전문 극장에서 단독작품을 올리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수입에 대한 걱정과도 연결이 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작가들이나 안무가들의 영상제작을 맡아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느낀 점은 메인 감독이 아니라 다른 작가나 안무가들의 작업 현장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자극도 받고 사람도 만날 겸 해서 외주를 좀 더 진행하고 싶습니다. PC도 신형으로 바꿔서 작업효율도 높이고 싶습니다. 또한, 무용 역사나 이론에 대한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졸업 후에는 박사학위를 진학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무용 예술을 한국에서 더 친숙하고 흔하게 향유되는 예술로 만드는 것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스무 살에 처음 무용을 접해본 저로서는, 무용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신체적, 정신적인 차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스스로 취미 삼아 하기도 좋고, 감상하기도 좋은 예술입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댄스필름이든 무용(혹은 댄스)이든 충분히 향유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어서 이를 더 대중화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만큼 큰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무용인들이 더 높이 평가받고,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용인들 역시 선진적인 교육을 모색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또한, 이렇게 ‘댄스필름’이라는 예술 장르가 있다는 것도, 이런 댄스필름의 영상을 접해보는 것도 만드는 것도 큰 재미가 있다는 것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신년에는 건강관리 겸해서 좋은 취미로 집 근처 무용학원을 등록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긴 내용의 인터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와 ‘선인장베개’의 행보를 지켜봐 주세요! 또한, 저희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무척 좋은 콘텐츠를 지니고, 심지어 뮤지컬이나 콘서트보다 푯값이 저렴하여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부담감이 적은 무용공연이 많으니 관심 갖고 많이 찾아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본 인터뷰의 일부는 '시사N라이프'를 통해 2019년 11월 13일 보도 되었음을 알립니다. 기사 원문: 링크 인터뷰 Avec 'G' 글렌다박 수석기자 사진 제공: 성승정 이경택(지하극장) <ⓒ “Avec G”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1 Comment
라일락
11/30/2019 03:45:58 pm
젊은 시내기 감독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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