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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절권도 수석교련 <노경열>6/7/2019 언론고시 준비 중이라면 한 번쯤은 입사시험을 생각해봤을 신문사 '스포츠조선'과 종편방송국 'MBN'의 기자였던 그는 '우연을 가장해 다가온 기회'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영원한 학원액션로망, '이소룡'의 절권도를 수련하는 노경열 수석교련과의 인터뷰! 공식질문) 자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뵤~’라는 기합 소리와 쌍절곤 하면 떠오르는 사람, 70년대 액션 스타로 유명했던 이소룡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이소룡이 만든 무술 ‘절권도’를 한국에서 수련하며 지도하고 있는 노경열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부총교련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부총교련이시지만 ‘스포츠조선’ 신문사와 ‘MBN’ 방송국의 기자라는 예상치 못한 전직을 가지고 계십니다. 어떠한 계기로 기자가 되어 나중에는 퇴사 후, 현재의 절권도 도장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절권도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기자 생활은 2006년 스포츠조선에 취재기자로 입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미 2003년부터 절권도 코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한 곳에서 가만히 있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만큼 2006년 당시 뭔가 많이 돌아다니는 일을 문득 하고 싶어졌었습니다. 게다가 스포츠를 좋아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포츠신문 기자에 도전하게 되었었습니다. 사실 제 대학 전공이 공학 쪽이라 학생 때만 해도 언론 쪽으로 직업을 가지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었습니다. 그렇게 2006년부터 스포츠기자로 현장을 누비다가 2011년 MBN에 있던 동료 기자를 통해서 입사를 권유받게 됐습니다. 당시 종편 출범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경력 기자들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가 꽤 있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저에게도 좋은 기회가 온 것이었고요. 신문 기자와 방송 기자는 취재방법부터 기사를 쓰는 방법까지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한동안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정치부 특히 통일부와 외교부에 출입하며 취재를 하고 나중에는 산업부에서 IT 산업 전반에 대해 취재를 하면서 세상을 읽는 법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질문의 답에서 언급하겠지만 이런 경험은 절권도 수련과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다들 많이 궁금해합니다. 왜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 그것도 기자라는 - 남들이 보기엔 꽤 괜찮은 - 직업을 그만두고 무술 도관을 하는지. 무술이 현시대에서 크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궁금해할 만합니다. 때때로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소소하게 수련모임을 이끌고 있었던 만큼, ‘굳이 퇴사할 필요까지는 없었지 않나’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건 일단 공부에 대한 욕심이 컸습니다. 절권도의 수련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인간의 ‘심리’와 ‘신체’에 대한 공부가 하고 싶어졌습니다. 수련 시간에 수련생들에게 ‘싸움 혹은 격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소통이다. 무조건 제압하고 이기려 하지 말고,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 역시 상대의 심리, 즉 인간의 심리에 대해 더욱 깊이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동양에서는 ‘무의동원(武醫同原)’이라 해서 무술과 의술은 그 뿌리가 같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절권도를 통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신체를 부수는 방법을 익힐수록 신체를 치료하는 방법에도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졌었습니다. 그랬기에 도관을 오픈해 좀 더 본격적으로 지도를 시작하고 체육 심리와 운동생리학, 운동 처방 쪽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뜻한바, 수련과 지도, 그리고 공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무술이라는 주제 혹은 공통관심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절권도를 제외하고도 세상에는 수많은 무술이 있습니다. 무술이라는 건 사람의 몸으로 하는 것인 만큼 그 기본 원리를 보면 똑같거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머리 하나, 몸통 하나, 팔 둘, 다리 둘로 이루어졌다는 공통점 때문인데요, 그 유사한 기본 원리에서 시작해 이제 개개인의 경험과 성별의 차이, 신장, 체중 등 신체조건의 차이, 상황에 대한 분석의 차이, 심리의 차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 개인의 성향 차이 등이 반영돼 수많은 무술이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절권도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에 있으면서 만날 수 있는 다른 무술 수련자분들은 모두 이러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느껴지는 분들이고 이러한 분들과 교류를 하면서 인간에 대해 배우고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절권도를 수련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절권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과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에서는 절권도가 인기가 있다기보다는 이소룡이라는 인물이 하나의 상징물로써 큰 인기를 여전히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장년층은 이소룡의 영화를 직접 극장에서 보고 자란 세대이니만큼 여전히 향수를 가지고 있고, 청소년층은 SNS 등을 통해 재생산된, 특히 이소룡이 연기한 영화 속 인물을 활용한 풍자물이 인기를 얻으며 이소룡에 대한 정보를 새롭게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소룡이라는 이름을 떼고 보면 무술을 수련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절권도’라는 무술이 충분히 인식돼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몇몇 배우분들에 의해 각종 매체에서 절권도가 소개되며 일반인들의 관심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도관은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본관이며, 저는 치프코치로서 일반 수련생들을 포함하여 사범급들의 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절권도 수련 시스템 특성상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지도하기는 힘든 만큼 한 분, 한 분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 수련을 진행하고 있고, 절권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퍼포먼스 향상 프로그램 등을 함께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술을 수련하시다가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자주 있어서 꾸준히 다른 무술 단체와의 교류 및 공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프로 복싱이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격투기 사랑은 대단합니다. 그리고 치안이 아주 좋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싸움이나 폭행 사건이 꽤 발생하는 만큼 호신 개념으로 무술을 배우려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각 무술이 실제 싸움에서 얼마나 유용하냐’는 주제로 서로 언쟁을 벌일 수도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제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그래서인지, 한국은 ‘전 세계 무술의 백화점’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무술이 다 수입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무술까지 포함하면 정말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하죠. 절권도는 이 속에서 작은 자리를 하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절권도의 과학적 원리와 유용성, 그리고 재미를 알려가고 있는 만큼 그 자리가 조금씩 넓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21세기 현시대에 무술이 가지는 의미란 무엇인가요? 무술이라고 하면 싸움에서 승리하는 방법, 또는 물리적인 위협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호신의 방법이라고 먼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여전히 유용한 무술의 가치입니다. 하지만 시대와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바로 앞 질문에 대한 답으로도 얘기했지만, 한국은 치안이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폭행 등의 사건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죠. 가끔 칼 같은 흉기에 의한 상해나 살인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이니까 무술이 호신술로서 가치를 보일 수 있다는 아이러니도 있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범죄자들이 총을 쉽게 사용하고 일반인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총기가 일반화되어있는 곳에서 무술이 호신술로서 가치를 가질까요? 호신술을 배우는 데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총 한 자루를 사는 것이 더 안전하고 쉬운데 과연 누가 호신술을 익힐까요. 따라서 미국과 같이 일반인의 총기 구매가 허락된 나라들 같은 경우, 일반인들이 무술을 단순히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신체 단련과 정신적인 단련, 그리고 소통의 장으로써 받아들이고 수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법이지만 조금 더 격렬하게 움직이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승부를 즐길 수 있다는 차이점이 무술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구요. 이런 맥락에서 제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싸움의 기술로써, 자신을 지키는 기술로써 무술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폭력이라는 게 존재하는 한 이런 무술의 가치는 빛을 잃지 않을 겁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보면 현대인은 매일매일을 전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항상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싸움, 격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소통입니다. 따라서 무술은 ‘어떻게 타인과 소통하는가?’ 즉, 교류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빨리 파악하고 나에게 공격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방어, 회유, 혹은 반격을 할지,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빨리 내 친구 혹은 내 편으로 만들지에 대한 심리적인 방법이 모두 녹아있죠. 따라서 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무술을 통해 육체적으로 강인한 내구성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구축하며, 주변인들을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고 경쟁자가 있을 땐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를 수련한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절권도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떤 특정한 자세를 요구하거나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는 정해진 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유연함이 수련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황의 신속한 판단과 해결 방법의 신속한 선택을 끌어냅니다. 또한, 파워펀치라는 특별한 수련 과정을 통해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시 좌절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곧바로 반응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합니다. 영화, 드라마, CF 등 촬영을 위한 절권도 자문을 맡으신 경험도 많으신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배우들을 지도하게 되면 항상 놀라는 부분이 상당히 빨리 습득한다는 점입니다. 보통 배우들은 곧 시작할 작품을 위해 배우거나, 작품과 작품 사이에 잠시 짬이 나는 동안 관심이 있어서 배우는 정도가 대부분이라 어떤 식으로든 장기간 수련을 이어가는 경우는 개인 일정상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절권도를 지도할 때도 절권도 그대로가 아닌 액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부분을 수정해서 전달하는데, 배우 대부분은 금방 따라 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냅니다. 특히 몇몇은 어떤 부분에서 효과가 들어가야 하고 이 부분은 카메라 앵글 상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 정도의 조언만 해줘도 금방 동작을 수정할 정도로 감각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연기를 통해 여러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데 익숙한 만큼 무술도 그 핵심을 파악하고 특유의 ‘맛’을 잘 살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꽤 다양한 분들을 경험했지만, 방송에서 절권도를 자주 언급하시는 배우 장혁 씨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저희 본관에서 수련 중인 여러 배우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또 한 뮤지컬에서 액션 구성을 맡았을 때의 경험도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그 전에 드라마나 영화에서와는 달리 뮤지컬인 만큼 음악에 맞춰서 액션을 구성했어야 했는데, 첫 도전이었던 만큼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정도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위대한 쇼맨’의 액션 구성을 보고 대 좌절을 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죠. ‘위대한 쇼맨’ 안무가가 존경스러웠고, 앞으로 어설프게 자문을 맡으면 안 되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됐습니다. (웃음) 현 시국에 안타깝게도 매일 같이 뉴스에서는 길거리에서, 밤에, 그리고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여성에게 호신술로 절권도는 적합한 무술일까요? 호신술에 적합한 무술인가…. 호신술에 적합하지 않은 무술은 없습니다. 모든 무술은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그리고 물리적인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익힌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호신술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일단 전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무술 배우는 친구에게 ‘야, 나 호신술 기술 하나 가르쳐줘’라고 물어보는 것. 그럼 그 친구는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돼’라며 기술을 가르쳐 줄 겁니다. 그럼 여러분은 직접 몇 번 해보고 ‘오, 된다. 신기하다’라고 할 테죠. 보통은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나 무술의 기술은 단순히 몇 번 해본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올림픽 유도 선수가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를 위해 같은 기술을 수도 없이 반복 연습하듯이 그렇게 열심히 연습해야 성공 확률을 올릴 수 있는, 100% 된다고 보장할 수 없고, 그나마 성공 확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입니다. 왜냐하면, 상황에 대한 변수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예 중 하나인데, 만약 멱살을 잡힌 상황에서는 어떻게 어떻게 꺾고 때리면 멱살 잡은 손을 풀고 상대를 오히려 쓰러트릴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방법을 알았으니 반복 연습을 해야겠지요. 보통 기술을 연마할 때는 지도자들이 서로 비슷한 체격조건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반자를 붙여줍니다. 신체조건이 비슷하면 힘을 운용하게 될 몇 가지 기본 조건들이 같아지기 때문에 연습하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연습하고 그걸 매일 반복해서 한 달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그 기술에 꽤 익숙해졌겠죠? 그동안 함께 연습했던 동반자가 홱 홱 넘어가고 아프다 하고 하면 이제 슬슬 자신감도 생깁니다. 이제 누가 와서 멱살을 잡아도 난 그 사람을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지도자들은 압니다. 바로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하나만 바꿔보겠습니다. 상대가 나보다 많이 큰 상대로요. 일단 팔이 길고, 키도 커서 중심도 높습니다. 덩치가 큰 만큼 힘도 좋아서 멱살이 아주 제대로 단단히 잡혔습니다. 힘도 좋은데 키도 크니 멱살 잡힌 순간 그 전과 다르게 본인의 몸이 위로 살짝 들려버립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동반자는 멱살을 잡고 가만히 있었는데 새로 바뀐 동반자는 멱살을 잡고 본인을 앞뒤로 흔들어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 동안 연습한 기술이 과연 통할까요?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술 연습은 상황, 환경, 상대 등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연습을 해야 하고 그 속에서 해결 방법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언제 어디서든 적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기술이 10개만 있어도 아마 1, 2년 수련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렇기에 호신술 몇 동작 배워서 몇 번 연습해보고는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실 예정이었다면 바로 그 생각부터 고치셔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무술로 자신을 지킬 수 없습니다. ‘절권도를 실전에서 사용하려면 얼마나 익혀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호신술을 배우러 온 여성분들에게 가르치는 것 한가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절권도를 깊이 있게 수련하고 싶다가 아닌 호신술을 배워서 내 몸을 지키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여성분들에게 제가 제일 먼저 가르치는 것은 달리기입니다. 그냥 달리기가 아닙니다. ‘저 꽤 잘 달려요’라고 자신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럼 전 하이힐을 신고 달려보라 합니다. 백이면 백 잘 못 달리시죠. 그 순간 힐을 벗어 던지고 뛰시는 분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가 ‘마놀로 블라닉이나 지미추를 신고 있어도 위기 상황에서는 벗어던지고 뛰어야 한다’라고 하면 아까워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계셨습니다. 그 힐이 정말 아깝고 본인 목숨도 구해야겠다면 어쩌겠습니까. 힐 신고 뛰어야죠. 뒤에서 편한 신발 신고 쫓아오는 괴한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요. 하이힐 신고 뛰기, 낮은 굽 구두 신고 뛰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다음은 계단을 빠르게 뛰어 내려가기입니다. 물론 운동화를 신고, 그다음은 구두를 신고, 그다음은 힐을 신고. 괴한이 넓은 평지에서만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때로는 아파트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혹은 뛰어 올라가서 괴한을 피해야 할 상황이 있을 겁니다.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에서 도망쳐야 할 수도 있으니 직선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방향 전환을 빨리하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 때도 있으니 그것도 연습해야 하고 달리다 넘어질 수도 있으니 넘어진 뒤 빨리 일어나 다시 뛰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연습해야 할 것이 많죠? 이걸 모두 잘하실 수 있게 되면 그 여성분은 그다음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먼저 아시게 됩니다. 호신술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서기 시작한 것이지요. 저 역시 이 이후부터 여러 상황을 상정한 여러 탈출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공식질문)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 진행형인 계획이 하나 있는데 절권도 이론을 베이스로 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절권도는 이제 태어난 지 50년도 안 되는 아주 어린 무술이라 학계에서 인정할 정도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절권도가 생리학적으로, 역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얼마나 과학적이고 유용한지 연구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계획입니다. 절권도 수련과 지도는 아마 제가 이 세상을 뜰 때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무술수련은 끝이 없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를 알고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무술의 진정한 의미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수련해도 그 끝을 알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만큼 좀 더 노력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절권도를 알리고 또 그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며 저 자신을 완성해 나아가겠죠. 전 세계를 떠돌면서 절권도를 수련하고 지도하며 행복하게 지내는 것. 어느 한가로운 오후에 문득문득 떠올리는 제 미래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Avec 'G' 글렌다박 수석기자 사진 제공: 노경열 영상 제공: MBCentertainment <ⓒ “Avec G”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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