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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무명배우 <이지혁>

7/18/2019

 
다른 많은 호칭 중에도, '무명배우'를 자처하며 '무명배우'라는 일종의 캐릭터를 자신에게 접목시켰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무명배우'하면 '이지혁'을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번 달 초,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라는 책을 출간한, 배우 이지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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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질문) 자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배우라 불리기 가장 좋아하는 글도 쓰고 가끔 연출도 하는 사람 이지혁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 촬영을 하고 있고요. 함께 하는 영상팀과 영상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두레자연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 출신이십니다. 학교 특성상 다양한 활동을 하셨을 법한데요.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중학교 시절엔 노는 것을 많이 좋아했습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 제게 선생님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셨죠. ‘학교 공부가 정말로 삶에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회 부적응자’였죠.
 
두레자연고등학교(이하 두자고)는 기독교재단 산하의 우리나라 1세대 대안학교이며, 제가 5기입니다.
지금은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예전과는 교육방식이 다르고, 사회가 받아들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 제가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방황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가는 학교였습니다. 전교생도 많지 않고, 그만큼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관계가 더 친밀했었습니다.

중3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시기에 어머니가 두자고 진학을 추천해주셨어요. 하지만 당시엔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중했어요. 친구들과 떨어지기가 너무 싫었죠. 두자고는 입학시험 과정에서 내신을 보지 않고, 오직 면접과 특기만 봤었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었어요. 면접 때, ‘왜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싶냐?’라는 질문에, ‘머리 기르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보기 좋게 낙방했죠.
 
그렇게 두자고 입학시험에서 떨어지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너무 공부만 시키는 거예요.
엄청나게 답답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밤 10시까지 빽빽한 학과목 수업 시간에 맞추어 학교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데, 쳇바퀴 굴리듯 매일 같이 공부에만 얽혀서 사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면서 미래를 한번 생각해봤어요. '이렇게 공부하면서, 모두가 목표로 하는 대학을 들어가고, 졸업 후에는 전쟁 같다는 회사에 입사해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그때부터 방황이 시작되었어요. 학교에 나가지 않고, 가출도 하고, 학창 시절이지만 술도 많이 마시고, 그러면서 선생님께 반항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결국 자퇴를 하게 되었고, 두자고에 재수를 통해 들어가게 되었어요.
 
대안학교 특성상 공부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시려고 노력하셨었습니다. 해외 이동수업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도 가고, 문화생활이라고 해서 뮤지컬이나 영화도 보러 가고, 제주도 하이킹, 지리산 종주 등, 일반 고등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 법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어떤 학과 수업보다 더 많이 배웠습니다.
 
두자고 시절, 제주도 하이킹 당시 기억이 나요. 이때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까요?
온종일 자전거를 타니깐 엉덩이가 너무 아픈 거예요. 첫날은 괜찮았었는데, 둘째 날부터 많이 힘들었어요.
게다가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왜 바람은 뒤에서 부는 게 아니라 맞바람만 부는 건지, 그렇게 바람과 사투하며,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끝없는 오르막길을 올랐습니다. ‘이 오르막길이 끝나면 내리막길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오르막이 있었어요. 정말 ‘끝없는 오르막길’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오르막길이 많았어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내리막길은 제주도에 없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모든 기대를 접고,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리막길을 만났어요. 제가 올라간 만큼 내리막이 끝없이 있었습니다. 페달을 밟지도 않고, 오랫동안 ‘시원하게’ 내려온 거 같아요. 어린 나이었지만,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려움은 계속되지 않는다. 지나가는 수많은 시간 속에 한순간일 뿐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하고 말이에요. 중요한 건, 당시 상황을 맞이했던 저 자신과 그 시기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배울 수 있었던 깨달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배와 동기들과 극단을 창단하고 작품을 올렸어요. 그때 두자고 선생님들과 후배들이 관람하러 와주셨습니다. 공연 후, 두자고 연극동아리 담당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연극동아리를 맡아주면 어떻겠냐?’라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모교의 연극동아리 강사로 출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연극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아르바이트보다는 시급이 높게 주신 것도 출강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면…. 제가 너무 솔직한가요? (웃음) 그렇지만, 한 번도 인생에서 ‘선생님’이란 호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던 제게, 참 의미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첫 출강 때는 ‘내가 뭘 알아?’ 하는 마음으로 후배들을 만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제 마음을 두드린, 가장 큰 마음가짐은 ‘내가 학창시절 만나고 싶었던 선생님이 되자.’라는 것이었어요. 가르치기보다는, ‘나눈다’라는 마음이 컸었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를 바랐습니다.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랐어요. 학교 입장에서는 어쩌면, 저 같은 선생의 존재가 곤란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출석부도 안 불렀거든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기 싫은 학생들은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깐요. 동아리까지 억지로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청소년 연극제에 제가 쓴 작품인, ‘Flower & Death’라는 작품을 올리기도 했고요. 저의 연차가 채워지면서 욕심이 생겼던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오만함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부담을 느꼈고, 해가 바뀌면서 동아리 인원이 확 줄게 되면서, 결국, 저도 해임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3년 동안 짧고도, 임팩트있는 강사 생활을 역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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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배우의 길에 대한 확신을 두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게 되셨나요?
 
배우의 꿈은 다름 아닌 아이돌 가수 H.O.T.를 보면서, ‘연예인이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동경으로 출발했어요.
​그러다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군대 가기 전 저의 삶은 정말 엉망진창이었거든요. 군 생활하는데, ‘전역 후에도 그렇게 살면 내 인생이 망가지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일기를 쓰고, 독서를 시작했어요. 미래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신앙적인 이야기라 부담감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당시 겪은 사실이고, 제가 꿈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나가게 해주는 힘이라 이야기를 해볼게요.
 
군대에서 ‘일병’은 ‘일하라’고 일병이에요. 그만큼 일이 많고 소대를 비우면 안 되는 자리지요. 군대에는 전군이 다 모여서 하는, ‘구국성회’란 집회가 있어요. 모든 민머리의 군인들이 모여 찬양하는 신비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일병 때, ‘구국성회’가 열렸는데요. 저는 당연히 일병이니 갈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제가 소대에서 일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서 전, ‘내가 없으면 소대가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중대장님께서 부르시더니, ‘구국성회’를 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군대는 ‘까라면 까’야 하잖아요. 그렇게 소대에 민폐를 끼치며 부담감을 느끼며 참여했었습니다.
 
그날 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막 밀려오는 거예요. 일병이라 미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있지 못 하는 시기였는데도 말이죠. 배우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정하지도 않았는데, ‘배우는 절대로 못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막 몰려왔어요. 그 괴로운 생각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런데 아침에 한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시는데, 간증의 내용에 저 역시 희망을 느끼며, ‘배우를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확 올라왔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치 하나님이 주신 계시 같았어요. 그때 ‘난 배우가 될 거야’라고, 저의 미래를 확신했습니다.
 
전역하고, 수능을 위한 공부와 연기 교습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연기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한 입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가고, 오전에는 노량진에서 수능을 위해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뚝섬에 있는 연기 연습실을 갔어요. 하루 4시간씩 자면서 입시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게 수능 공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초가 부족해서 그런지 수능점수가 정말 안 나왔어요. 응시한 학교 중,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학교는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했어요. 감사하게도, 세 학교에 합격했는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었기에, 합격한 학교 중, 유일하게 서울 소재에 있던 서일대학의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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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 생각하는 연기와 배우에 대한 직업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는 제가 연기를 잘할 줄 알았어요. 건방진 생각이고, 위험한 생각인데, 연기가 ‘쉬워’ 보였어요. ‘근자감’이죠. ‘근거 없는 자신감’. 그런데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그런 것들이 처절하게 무너졌어요.
 
일단 경북 울진 출신이라 사투리도 고쳐지지 않았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지도, 서 있지도 못 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이 무너져 내렸어요. 그래도 희한하게, 그 안에서도 소소한 재미와 희열이 있었어요. 만약 ‘힘듦’과 ‘어려움’만 있고, ‘흥미’가 없었다면, 금방 포기했겠죠.
 
처음엔 연기에 대한 세계관이 확립되어있지 않았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했고, 난관들을 하나씩 돌파해나가면서, 엄청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고, 제가 모르는 것을 하나씩 찾아, 정복하는 맛이 있었어요.

저는 연기를 하면서 변모했고, 자랐습니다. 얼마 전엔, ‘내가 왜 연기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봤어요. 연기 자체만으로는 힘들면서도, 재미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 제 인생이 ‘답’이 없는 거예요. 버텨야 하는데, 저 자신을 자극할만한 활력소가 필요했어요. ‘연기는 무엇이고? 배우는 무엇일까?’라는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연기는 캐릭터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 생각한 것은, ‘캐릭터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의 삶을 이해하며, 표현하는 것이 배우의 직업인데,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아. 이 정도 근거면 내가 충분히 연기해 내가고, 배우를 해나가는 이유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좋은 사람’이 다 ‘좋은 연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배우는 이기적이어야 하고, 날라리여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맞아요. 인성적으로 부족한 분 중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이고, 좋은 연기를 한다.’라고 굳게 믿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연기를 하고, 배우로서 사랑받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나온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드리고, 웃음을 드리고, 한 발짝 나아가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되려는 배우로서의 과정이 반대라면, 그건 제 작품을 관람해주시는 분들을 ‘기만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상업 영상 작품을 비롯해 연극 무대에 오르셨고, 직접 프로듀서로 작품도 만드신 경험도 있지만, 본인을 '무명배우' 지칭할 만큼 배우로서의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는, 포기할 수 없는, 본인을 지탱해주는 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 ‘무명배우’란 타이틀이 그렇게 싫지 않아요. 그리고 지금 느끼고 있는 수많은 감정, 마음들, 다짐들을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나르시시즘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말하는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저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먼 훗날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고요.

제가 말한 기준들을 스스로 지켜내지 못 했을 땐, 아주 괴로워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저는 저 자신 관리를 위해, 스스로 경계를 많이 합니다. 힘이 없어서 착한 것이 아니라, 무명이어서 친절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명해지고 힘이 생겨도,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고,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철저하게 훈련해야죠.
 
배우의 길을 걷게 해주고 계속해서 도전하게 해주는 힘은,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단편 영상을 연출하고, 다큐멘터리도 연출했었는데요. 이유는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시켜주지 않아서였습니다. 배우 대부분은, 출연에 목말라 있을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출연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그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신경 쓰면서 괴로워 할 것인가?’ 아니면, ‘내 길을 개척해나갈 것인가?’ 생각해보았을 때, 저는 후자를 선택했어요. 그전에는, ‘왜?’, ‘왜?’, ‘왜?’ 하면서, 자신을 많이 괴롭혔어요. 오디션 결과가 좋지 않고, 캐스팅이 제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연출을 했었습니다. 누군가가 시켜주지 않더라도 연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요.
 
저는 죽을 때까지 작업할 거예요. 부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연기는 계속할 겁니다. 재미있거든요.
 
연기는 롤러코스터 같아요. 안전바가 있는 이상, 롤러코스터는 극한의 감정을 느끼지만 위험하지 않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어요. 미국의 유명한 연기코치, ‘마이즈너’라는 분이 한 말이 많이 와닿는데요. ‘연기는 가상의 상황 속에서 진실된 행동’이라고 해요. 저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연기할 때는 ’진짜로‘ 해야 정말 ’재미‘가 있어요. 연기에 몰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의 상황’이라는, ’안전대‘가 있기에 다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요.
 
언젠가 ’무명’이라는 단편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요. 이름이 없다 해서, ’무명‘이에요. 폐지 줍는 청년의 이야기인데요. 한 의사가 약을 개발하려고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불법으로 ’무명‘에게 돈을 주고 약을 먹여요. 그러면서 이 의사는 ’무명‘의 변화를 기록하는 이야기거든요. 매우 소심한 ’무명‘이 생체실험으로 인해 피폐해지다가, 결국에는 사람까지 죽이는 극한까지 벌이게 됩니다. 이 ’무명’이라는 캐릭터가 표현해야 하는 다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배우로서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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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력만큼, 소중한 인연도 많을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평생의 스승님'이 있다면 어떤 분이 계실까요?
 
연기하면서 좋은 스승님도 만나고 그렇지 않은 스승님도 만났던 거 같아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 오래간다고 여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첫 연기 선생님이 너무 좋은 분이셨어요. 현재는 극단 ’시공인간‘을 이끄는 수장이시면서 연기도 가르치시는 분이신데요. 기본적으로 연기도 잘 가르치셨지만, 배우로서 지녀야 할 소신과 태도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셨어요. 그 선생님을 만난 것이 제 연기 인생에서 큰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초공사를 매우 튼튼하게 했기에, 어려움이 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연기자로서 제 롤모델은 유해진 선배님이십니다. 연기 잘하시는 분들은 워낙 많고, 또 적정이상으로 넘어가면, 연기란 것도 취향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저는 ’연기로 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해진 선배님이 TV에 나오신 모습들을 뵈었을 때, 정말 인자하시고, 절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시민군‘ 역할로 출연을 했었습니다. 대사가 딱히 있지는 않았지만, 연기력이 필요한 ’이미지 단역‘이었기에 현장감은 대단했습니다. 사실 영화 촬영에서 단역은, 언제 촬영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한없이 대기하다가, 언제라도 부르면 그제야 감독님의 연출을 듣고 촬영에 투입이 됩니다. 현장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고, 배우분들께 다가가 직접 인사하기도 뻘쭘해요. 유해진 선배님은 같은 현장에 있었지만, 가까이 있어도, 멀리 계신 느낌이었어요. 감히 말을 걸 수가 없었죠. 회사에 비교하면 인턴이 임원 중에서도 이사 혹은 사장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서 나와서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편의점 앞에 유해진 선배님이 계시는 거예요. 얼떨결에 인사를 하니깐, ’우리 팀인가? ‘하시더니, 맥주를 사주신다는 거예요. 꿈인지 생시인지... 제게는 ’꿈과의 만남‘이었어요. 유해진 선배님께서는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해주신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버텨야 한다. 하지만 그냥 그 버티는 시간을 잘 채워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또한, ’자신도 데뷔하고 나서도 여러 가지 일을 했다‘라고 하셨어요. 스스로 ’운이 좋았다‘라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건, 그때 촬영지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차로 20~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직접 뛰어오셨다고 하셨어요. 장시간 촬영하면 정말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거든요. 그런데 촬영을 끝난 뒤 편히 쉴 수도 있는데 운동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분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유해진 선배님과의 만남은 제겐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저 역시 유명한 배우가 되어서, 아무 사심 없이, ’무명시절을 지나는 후배 배우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유해진 선배님처럼 진솔하면서도 따뜻한, 그러면서 연기도 정말 잘하는 그런 배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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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출간한,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는 어떤 책인가요?
 
앞서 소개했듯, 군 시절,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글을 써왔습니다. 2년 전부터는 블로그를 시작했고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현재 저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배우로서도 인지도가 하나도 없는, 불안한 삶을 사는 것 같아요. 그랬기에 지금 책을 출간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컸고요. 보통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나 자서전 같은 책을 쓰잖아요. 그런데 성공하고 나서의 글들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었어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고 나서, 내려다보며 쓴 글이기에, 그만큼 덜 와닿는 거 같아요.
 
사람북닷컴이라는 휴먼브랜딩 기업이 있어요. ‘I love book 브랜딩스쿨’이라는 책 쓰기 과정을 통해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섯 분의 저자님들과 함께 책을 쓰게 되었고요. 사람북닷컴의 대표님이신 박세인 대표님은 학교 선배님이세요. 제가 연극을 할 때 저희 공연을 보러오셨어요. 저는 더블캐스팅였는데, 다른 배우가 연극을 할 때 보러오셔서, 저는 선배님을 알지만, 선배님은 저를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러다 제가 선배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 1년 반이 되었어요. 선배님은 SNS나 블로그를 상당히 잘하시고 그렇게 점점 확장해가시고 계셨거든요. 저도 자신을 알려야겠단 마음에 배우는 마음으로 쫓아다녔던 것이 인연이 되어, 이렇게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전 제 삶을 걸고, 꿈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에는, 저의 부족함과 어려움, 그리고 제가 보는 삶에 대한 태도, 관점, 노력 등의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배우로서의 ’성공‘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제가 성공했을 시점에, ’이 책이 성공의 증거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책을 내게 되었어요. 제가 전문 작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과 솔직함을 담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족함으로 어려워하시는 분들께 희망을 드리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삶에서 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없을 수도 있다.’라는 불안함이 책을 쓰게 만든 것도 있습니다. ‘막연한 긍정은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입시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연기만 해왔는데, 혹자는, ’한 분야에 10년간 몰두하면 자리를 잡는다‘고 하지만 저의 삶은 아직 너무나 불안하거든요.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책을 쓰게 되었고, 또 책을 통해서 어떤 삶이 연결될지 몰라서요. ‘꿈이 이뤄지지 않아도 내 삶은 괜찮아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곳에서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삶이 조금은 안정화가 되고, 말씀드렸다시피 ’누군가가 시켜주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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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질문)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책의 이야기를 토대로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책을 집필하기 직전, 유튜브 개인 채널을 진행했었는데, 책을 집필하기 시작하면서 힘에 부쳐 중단했었거든요.
 
배우로서 작품 계획 역시 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작년에 천우희 배우님 주연의 영화 <버티고>라는 작품에 출연했어요. 대사는 많이 없지만 그래도 극 안에서 한 회사 직장동료 역할이었고, 지금껏 맡았던 역할 중 가장 비중이 큰 역할이었습니다. 그 영화가 오는 9월 개봉 예정이라고 알고 있어요.
 
누구나 한 번씩 인생의 고비가 찾아오잖아요. 정말 막막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되고, ’왜 내 삶만 이렇지?’라는 생각이 들고, 다 포기하고 싶을 때, 저도 그런 구간이 있었는데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죽을 때 후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겨줄까? 살아보니깐 인생은 너무나 막막하고 힘들고 어려웠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게 후회가 되더라’고 할까? 아니면 힘들고 어렵고 고비도 많이 찾아왔지만, 그런데도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삶이 조금씩은 나아지더라. 그래도 ‘살기에 꽤 괜찮은 삶이었다.’라고 말할 것인가?‘
 
전 그래도 ‘살아보니 삶이 나아는지더라. 괜찮아지더라. 살아볼 만 했다.’라는 말을 남겨주고 싶더라고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말에 힘을 실리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그런 삶을 살아냄으로써 진짜가 되는 것이니까요. 정말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고, 막막한 거 같아요. 지금도 그 한 가운데 들어와 있고요.

이번에 출간된, <다행이다. 대단하지 않아서>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전 부모님을 잘 만났어요. 부유한 집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게 자랐고,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고, 무엇보다 무한한 믿음과 지지를 받음으로써,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가운데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느리지만 하나씩 목표들을 이뤄내고 있어요. 책을 출간한 것 또한 제가 목표한 것 중의 하나였고요.
 
저에게 과거 누군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질문할 때,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했었거든요. 멀리 있는 사람은 속이기 쉽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그러면서 또, ‘많은 분이 기억해주는 배우’, ‘생각하면 기분 좋은 배우’, ‘어디에든 융화되는 배우’, ‘제작진에게 유연한 배우’, ‘유쾌한 배우’, 마지막으로 ‘에너지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전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지금 확실하게 정해진 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제 삶의 시스템을 만들려고 구상 중입니다. 경제 안정화를 위한 ‘에어비앤비’와 ‘연기클래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연기를 통한 자기계발’이랄까요? 아직 구체적인 명칭은 정하지 못했는데요. 제가 연기를 통해서 성장하고, 변화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기가 삶에 끼치는 영향’을 전파하고 싶어서, 관련된 커리큘럼을 생각하고 있어요. 시기는 9월 전에 런칭할 계획입니다.
 
또한, 현재 제가 배우들로만 이뤄진 영상팀에 속해있는데 거기서 계속해서 영상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배우로서 도전은 산소처럼 계속해야겠지요. 프로필을 돌리고, 오디션에 참가하고, 기다리고, 그렇게 영상 및 연극 출연을 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시간과 기회가 닿는다면 책도 더 출간하고 싶어요. 3권 정도 기획을 하고 있어요. 군시절, 일기를 쓰면서 일었던 변화가 컸었기 때문에, 그 당시 쓴 일기를 다듬어서 책을 내고 싶고, 또 언제나 삶에 존재했던 사랑이 중요했기에, 사랑에 관한 책도 내고 싶고, 마지막으로, 연기와 자기계발을 연결한 책 또한 내고 싶어요. 지금은 막연한 계획이에요. 그러나 꾸준히 저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목표한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끝으로 저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도 저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저도 제가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고, 분투하며, 달리다 보면 조금이나마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제 삶을 가치 있다고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삶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봅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모든 것에서 느낄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거 같아요.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바라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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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vec 'G' 글렌다박 수석기자
사진 제공: 이지혁, tvN, ocn, 사람북닷컴, 맥도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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