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Blog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6/22/2019 28년 간의 경찰, 그리고 24년 간의 과학수사요원과 프로파일러로서 1천 5백 여건이 넘는 현장을 다니고, 1천 명에 이르는 범죄자들을 분석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서 그는 우리나라 프로파일링계의 산증인이고, 걸어다니는 역사다. 현재는 현역에서 물러나 후학을 양성하는 권일용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공식 질문) 자신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권일용입니다. 저는 만 28년간 경찰 CSI와 프로파일러로 근무하고 지난 2017년 퇴직하였습니다. 현재는 ㈜융합사회안전연구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광운대학교 범죄학과 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소중한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어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마 정말 많은 사람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으셨고, 독자들 역시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명예퇴직을 결정하셨습니다. 1989년 8월, 경찰학교를 졸업하면서 경찰관으로 임명된 이후, 2017년 4월, 퇴직할 때까지 강력수사, 경찰수사연수원 교수로 근무한 기간을 제외하면 과학수사요원(CSI)과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로 근무한 기간이 만 24년입니다. 1993년 7월부터 과학수사요원(CSI)으로 시작하여, 2000년 2월 한국경찰 최초로 프로파일링 팀이 만들어지면서 그 팀에 유일하게 혼자 발령이 난 이후 퇴직 시까지 약 1,500건 정도의 사건 현장과 1,000명에 이르는 범죄자들을 분석하였습니다. 뜨겁고 치열한 범죄자들과의 싸움이었습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과학수사 대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한국에서 발생한 여러 연쇄살인범 검거와 강력사건 프로파일링을 한 유공으로 영예로운 국민훈장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하였습니다. 2017년 어느 봄날, 정년퇴직이 몇 년 남은 저는 스스로 퇴직을 결심하였습니다. 충분히 소임을 다하였다고 생각하였고 문득 앞으로의 삶에서는 나만의 모습으로 한 번은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프로파일러는 때때로 범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그의 머릿속에서 머물러야 합니다. ‘그 범죄자 화(化)’ 되어야 그들을 분석하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만나서 분석을 한 범죄자가 거의 1,000명입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범죄자들과의 삶에서 벗어나 내 생각과 내 의지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많은 사람과 살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물론, 범죄와 범죄자들 속에서 살아온 지난 삶에 후회는 없습니다. 진심으로 소임을 다했고 제복이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퇴직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자 조직 내에서 많은 분이 만류하였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이유였습니다. 제복을 입은 사람으로서 마지막까지 주어진 소임을 다 하는 것이 국민과 한 약속이겠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져 어금니가 빠지면서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저는 후배들을 믿습니다. 저보다 더 훌륭하게 국민을 위해 주어진 자신의 소임을 다 해 줄 것입니다. 현역시절, 범죄현장에는 어느 정도 투입되었었고, 그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였었는지 궁금합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범죄현장에 과학수사요원들이 투입됩니다. 이때 프로파일러도 함께 투입됩니다. 과학수사요원들은 물리적 증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지만 프로파일러는 심리적 증거와 분석을 하게 됩니다. 현장에 나타난 DNA와 지문 등은 그 사건에 관련된 자들의 신원을 밝히는 것이지만 프로파일러는 그 사건이 발생한 동기와 목적, 용의자의 유형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장에 범인의 발자국이 남아있을 때 과학수사요원들은 그 발자국의 문양을 채취하여 어떤 신발인지를 찾아내지만 프로파일러는 그 발자국이 어디에서 가장 많이 머물렀는가, 어디로 이동하였는가를 통해 범인이 범죄현장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였는지를 추론하는 일을 합니다. 과학적인 현장 재구성과 행동분석이 필요하고 CSI의 여러 분야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늘 참혹한 시신을 마주하고 그 상처를 들여다보고 범행도구를 추론하고 범인 상을 구축하는 일들…. 1,500여 건의 현장에 나갔지만 잔혹한 현장은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물론, 냉정하고 단호하게 범죄현장을 분석하지만 늘 가슴이 아프고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을 옆에서 함께 보고 느끼는 것은 익숙해질 수 없는 일들입니다. 2000년 2월, 한국경찰에 프로파일링 팀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프로파일러를 경력 채용한 것은 2005년부터입니다. 15명의 심리학, 사회학 전공자를 경장으로 채용하여 중앙 경찰학교에서 기본 교육한 후, 2006년 1월, 각 지방청 수요에 맞춰 발령을 낸 것이 공식 프로파일러 1기입니다. 매년 선발하는 것이 아니어서 현재 7기까지, 공식 프로파일러가 선발되었습니다. 혼자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등 여러 강력사건을 수년간 분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는 드디어 팀에 함께 일할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함께 현장에 나가고 함께 시신을 수습하고 함께 식사하였습니다. 제가 그 범죄현장에서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 후배이자 동료 프로파일러 들이었습니다. 세상이 떠들썩한 사건에 팀장으로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며칠 투입되고 나면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가 됩니다. 이때 저는 동료들과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합니다. 그 시간에는 일체 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잠시나마 서로 조용히 위로합니다. 말을 하면서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용히 식사하고 차를 마시면서 우리가 함께 어려운 일을 겪어나가고 있다는 무언의 대화들을 나눕니다. 이때 서로를 의지하고, 고맙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 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혼자가 아니라 고맙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른 곳에 가서 어느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가 같이 겪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서로 간의 믿음과 고마움입니다. 이것이 제가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견디어낸 힘이 되었습니다. 프로파일러들은 앞으로도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 수사관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 못지않게 큰 고통을 겪습니다. 어쩌면 한 달에 2, 3건의 살인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것이 과학수사요원과 프로파일러들입니다. 그동안 투입된 한건 한건의 사건이 모두 트라우마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트라우마로 인한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퇴직 후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지방에 여행이나 강의가 있어서 갈 때면 ‘예전에 어떤 사건으로 이곳에 왔었지….’라는 생각들이 문득문득 되살아납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사건을 분석하였으니, 제 청춘의 기억에는 곳곳이 사건이 일어났고, 며칠씩 밤을 새웠던 그런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마 세월이 더 지나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겠지요.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이십니다. 현재 국내 프로파일러의 현황은 어떻게 되며, 정식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전국 지방경찰청에 2~3명씩 치안 수요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프로파일링하는 인원은 35명 정도 됩니다. 인원이 매우 적지만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광역 분석 체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청과 인근 지방청 프로파일러, 또 인근 지방청이 아니더라도 해당 사건을 분석한 경험이 있는 프로파일러 등이 모여서 함께 분석을 진행합니다. 한국경찰에서 프로파일러가 되는 것은 경력 채용에 합격하여 경찰이 되어야 합니다. 일반 경찰이 되어서 프로파일링 팀에 근무하는 때도 있지만, 부서별 인원이 책정되어 있어서 쉽게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석사 이상의 경력을 기본 경력으로 하여 면접과 구술시험 등을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범죄심리학자는 살인, 강도, 성범죄자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적 원인, 예방 등에 대해 연구를 하는 학자들을 의미합니다. 프로파일러는 그 연구된 자료들을 현장에 여러모로 적용하고 응용하여 범인을 검거하는데 활용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결론적으로 범죄심리학자와 프로파일러는 역할이 다릅니다. 범죄심리학자가 범죄현장에 나가서 시신을 수습하고 현장을 재구성하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프로파일러는 심리학과 사회학 등을 전공하고 많은 현장 자료들을 분석하여 연구논문과 학술적 연구를 병행하지만 본질적으로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많은 데이터가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범죄에도 응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범죄자들이 갖는 여러 감정,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분노, 시기와 같은 감정들은 범죄가 동기화되는데 큰 영향을 주지만 데이터로 분석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프로파일러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므로 앞으로도 프로파일러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경찰 공무원으로서는 은퇴하셨지만, 각종 단체의 프로파일링 자문위원, 강사, 그리고 ㈜융합사회안전연구교육센터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융합사회안전연구교육센터는 제가 퇴직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 만든 법인입니다. 국가의 범죄 관련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고 현장의 경험을 통해 사회 안전망 구축을 하는 연구들을 진행하는 곳입니다. 자문위원을 하는 곳은 오직 경찰청입니다. (사) KCSI(한국 과학수사학회)는 경찰청과 몇몇 대학의 실무 연구교수들이 함께 운영하는 단체인데 이 단체에서는 법심리분과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법심리분과에는 현직 프로파일러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경찰청 자문의 경우 중요사건이 나면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합동 분석을 하는 등 실무적 자문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미제사건(Cold Case) 사건 분석에도 일부 참여합니다. 평생의 일이 범죄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퇴직을 하여서도 범죄와 관련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역할 수행을 통해, 범죄자들의 심리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 사건들의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사회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범죄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 경험한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아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9월, 고나무 기자와 함께 연쇄살인 추적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출간하고,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어떤 계기로 발간이 되었나요? 저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마치 퇴직한 경찰관의 무용담처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더욱 객관적인 입장에서 프로파일러와 범죄,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자 노력하기 위해 고나무 기자와 공저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비롯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에 대해 무관심하였다는 것. 그리고 나와 내 가족만 피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에서 많이 변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으로 책을 위해 노력을 한 결실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한국에는 프로파일링에 대한 다소 모호한 개념 때문에 쉽게 대학에서 강의하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외국 이론들을 번역하여 강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퇴직을 하면서 교재 한 권 없이 강의하는 현실을 고민하던 중에 후배 프로파일러들이 ‘이제 선배님께서 기본 이론 정리를 해 주시면 그 이후 저희가 그 위에 또 탑을 쌓듯이 경험과 이론을 만들어 가겠다’라고 하여 용기 내어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의 집필을 결심하였습니다. 이 책은 후배들과 함께 한 현장의 기록입니다. 실제 사례도 들어있습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집필되는 과정에서도 개인적으로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는 발간을 위해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된 것 같습니다. 이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는 저 혼자 분석한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한 사례들을 선정하여 기록하였습니다. 지면을 빌려, 흔쾌히 제작과 출판을 함께 해 주신 박영사 출판사 이영조, 배근하 선생님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프로파일링 이론과 실제’는 앞으로 프로파일러들의 토대가 될 교과서로 쓰이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용기도 필요했었고, 지금도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프로파일링의 이론과 실제’가 초석이 되어 후배 프로파일러들이 이 책 위에 그야말로 대한민국 프로파일링이라는 탑을 하나씩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은 ‘범인을 검거하는 방법’을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프로파일링의 ‘개념과 역사’는 무엇이고, ‘어떠한 방법’이 있으며, ‘현장에 이렇게 적용되었다’라는 내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공식 질문)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지휘관들과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종 사직서에 결재를 받았습니다. 그날 인사과에 그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는 길은 제가 평생 걸어본 길 중에 가장 긴 길이였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거의 2시간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떠나는 것은 만나는 일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이제 퇴직을 하고 나니 멀고 길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느낌입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고 국민이 믿고 계시는 제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남겨두고 떠난 것도 한없이 미안합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을 찾아내고 전파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방식보다는 더 자연스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분께 전달하고 또 함께 고민하는 그런 사람으로 사는 것이 역할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결코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Avec 'G' 글렌다박 수석기자 사진 제공: 권일용, SBS <ⓒ “Avec G”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0 댓글
자세히 보기
댓글은 승인된 후에 게시됩니다.
답글을 남겨주세요. |